한국방송협회는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을 불허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한국방송협회가 이미 미래부에 제출한 의견서 등에서 밝힌 것처럼, 현행 방송법과 개정중인 통합방송법의 방송사업자간 소유제한 규정에 위배될 뿐더러, 방송시장을 급격히 황폐화시킬 수 있고, 방송의 공익성과 공정성을 침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심사 주무부처 가운데 하나인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는 인수합병을 승인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는 분위기이다. 절차적으로는 IPTV사업자의 유료방송 소유 겸영 제한과 관련해 현행법에는 관련 규정이 없다는 점 때문이고, 산업적으로는 금번 인수합병이 경제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SK텔레콤의 선전이 그럴싸하게 들리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IPTV사업자의 소유 겸영 제한을 명시하고 있는 통합방송법을 국회에 발의한 부처는 미래부이다. 미래부가 관련 법안을 직접 발의해놓고 이에 어긋나는 인수합병을 승인해준다는 것이 가당한 일인가.
SK텔레콤은 금번 인수합병이 이뤄질 경우 직간접 투자로 엄청난 생산유발효과와 일자리 창출이 기대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 또한 사실과 다르다. 케이블 디지털 전환 투자는 인수합병이 없더라도 IPTV 등 경쟁사업자와의 생존 싸움 때문에라도 당연히 진행되는 것이고, SK텔레콤이 제시하는 투자 규모는 합병 대상인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의 기존 투자액을 합친 수준에 불과하다. 일자리도 4만8천명이나 늘어난다고 주장하지만 중복 업무 구조조정으로 일자리는 줄 것이 자명하다.
박근혜 대통령께서는 2013년 3월 정부조직 개편 논의 당시 “케이블 SO를 미래부 소관으로 이관하지 못하면 미래부는 껍데기만 남는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창조경제의 주무부처인 미래부 주도로 케이블방송을 육성해서 IPTV와 서비스 경쟁을 벌이게 하고, 이 과정에서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도모하라는 취지였다. 그런데, 정작 그런 우여곡절 끝에 케이블SO의 소관부처가 된 미래부는 영업이익을 내고 고용에도 기여하고 있는 케이블SO를 사양산업으로 단정 짓고, 통신재벌의 피인수합병 대상으로 치부하고 있다. 이것이 창조경제인가.
SK텔레콤이 제시하는 기대효과가 허구로 가득 차 있는데도 미래부는 SK텔레콤의 사업계획서를 공개하지 않고 통합방송법 논의 등 국회 절차도 피하기 위해 총선이 끝나고 20대 국회가 구성되기 이전 공백기에 서둘러 심사를 종료할 것이라는 말도 들린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2월 3일과 어제 2월 24일 두 차례에 걸친 미래부의 공청회는 인수합병이 인허가 될 경우 방송통신시장에서 발생될 수 있는 심각한 문제점들을 덮고 가는 눈 가리기 식 공청회였다는 점에서 우려를 금하기 힘들다.
어제 공청회만 해도 형식적인 찬반구도로 논점을 흐릴 것이 아니라 사안별로 심도 있게 짚어보고 인수합병 추진 당사자인 SKT와 CJHV로 하여금 여러 의혹들에 대한 구체적이고도 실증적인 대안들을 밝히게 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어야 마땅하다.
이번 인수합병 건은 창업과 도전 대신 독과점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으로 경쟁사업자를 해소하고 자신들이 주도하는 방송통신 생태계를 만들어 다시금 자사 이익을 안정적으로 극대화하려는 재계 3위 거대 통신재벌의 M&A 머니게임 그 이하도 그 이상도 아니다.
창조경제 성과에 목마른 미래부 입장에서는 이런 이벤트조차도 경제에 활력을 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달콤한 유혹에 빠질 수 있다. 하지만, 그로 인한 온갖 부작용은 일단 현실로 나타나면 복구하기 힘들다. 정부는 이 점을 명심하고 보정자료 요구 절차 등을 활용해 1년 이상 충분한 시간을 갖고 심사를 진행하여, 이번 인수합병을 전면 불허해야 할 것이다.
2016. 2. 25.
한 국 방 송 협 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