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대기업 봐주기’ 방송법 개정안 반대한다
방통위가 이른바 직권조정․재정제도․방송유지재개명령권을 포함한 방송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방통위는 이 법안의 제안 이유에서 “방송사업자간 분쟁을 효율적으로 해결하여 월드컵, 올림픽 등 국민관심행사에 대한 국민의 안정적인 시청권을 보장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하지만 지상파방송사는 시청권을 훼손한 일은 없다. 마치 방송사업자들이 국민관심행사의 방송 송출에 문제를 일으켜 국민들에게 피해를 입힐 것처럼 우려를 제기하고 있지만, 전혀 사실과 다르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방통위가 추구하는 이 법안의 실제 핵심 취지는 유료방송과 지상파방송의 재송신 협상에 대한 무차별적인 개입이다. 지상파방송 프로그램 전체를 대상으로, 방통위가 자의적인 해석이나 판단에 따라 아무 때나 재송신 문제에 개입하겠다는 것이다.
방통위가 내세우는 명분은 간단하다. 지상파방송사와 유료방송사업자의 재송신 분쟁으로 유료방송에 지상파방송이 나오지 않아서, 시청자이기도 한 유료방송 가입자들이 불편을 겪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블랙아웃이 발생하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유료방송 측의 블랙아웃 시도 이후, 4년 간 블랙아웃 비슷한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현재 주요 지상파방송사와 IPTV 3개사, MSO 5개사의 재송신 계약 기간은 이미 모두 종료되었지만, 채널 공급은 중단되지 않고 있으며, 일부 협상도 진행 중이다. 방통위가 추진하는 방송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협상은 아예 불가능하게 된다. 협상 당사자들 가운데 일방은 반드시 정부 개입을 원할 것이기 때문이다. 방통위는 어째서 일어나지도 않았고 일어날 가능성조차 낮은 상황을 전제로, 재송신 관련 규제를 도입하려는 것인가.
이 법안이 통과된다면 방통위가 방송사의 저작권 협상과 소송을 모두 담당하는 법원이자 협의체의 기능을 사실상 가져가, 시장경제국가에서는 극히 찾아 보기 힘든 기형적인 상황이 발생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규제를 철폐하겠다는 현 정부의 기조 아래서 어떻게 정부의 시장 개입을 확대하는 이 같은 법안이 나오게 됐는지 전체적인 정책의 일관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또 방통위는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이 법안이 대기업들이 운영하는 플랫폼 기업에 유리하고 콘텐츠를 생산하는 방송사들에게 불리하다는 것은 당사자들의 반응만 봐도 누구나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콘텐츠를 생산하는 주체보다는 이를 유통하는 대기업들에 편파적인 법안이라는 것이다.
모든 콘텐츠의 거래가 정부의 규제에 의해 결정된다면 한국 콘텐츠의 경쟁력은 글로벌 시장에서 뒤처짐은 물론이거니와 국내 시청자들의 눈높이조차 만족시키기 어려운 수준으로 쇠퇴할 것이며, 이는 공공의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는 것이다. 콘텐츠제공업자인 방송사들의 권리를 훼손하면서 대기업 유료방송사업자들의 배만 불리는 것은 도대체 무슨 의도인가. 국민에게 손해가 돌아갈 수밖에 없기에 더욱 그렇다.
한국방송협회는 한국 방송콘텐츠 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시청자 복지를 심각하게 훼손할 본 방송법 개악에 강력히 반대함을 다시 한 번 분명히 하는 바이다. 방통위가 방송시장 전체에 대한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본 개정안을 철회하기를 요청한다. □
2015. 11. 16.
한 국 방 송 협 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