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81년 ‘텔레비전방송수신료’가 월 2,500원으로 책정된 이래, 올해로 ‘35년째’가 되었다. 35년이란 세월 동안 방송제작비는 수십 배로 뛰었고, 국가 정책으로 추진한 디지털TV 전환 완수를 위해 KBS와 EBS는 무려 7,500억 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이에 더해, 차세대방송 등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은 공영방송에 새로운 재정적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
그간 KBS, EBS 두 공영방송은 수신료 동결로 인한 재정적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광고 재원 등 상업적 수입과 부가사업 수익을 확대할 수밖에 없었다. 상업적 재원에 대한 의존은 시청자 부담 완화 측면에서는 하나의 방편이 될 수 있지만, 이는 필연적으로 공영방송을 비롯한 지상파방송을 시청률 경쟁으로 내몰고, 편성과 제작에 있어서 ‘공적책무 수행’이라는 유료방송과의 차별성 유지를 점차 어렵게 할 것이다.
국내 방송은 케이블TV와 위성방송 도입, IPTV로 대표되는 통신사의 방송 진출, 종합편성채널을 통한 신문의 방송진출 등 양적 팽창 위주의 정책을 지속해 왔다. 지상파방송을 중심으로 형성되었던 방송시장은, 이제는 수백 개의 채널이 경쟁하는 환경으로 전환되었고, 제한된 방송광고 시장 속에서 경쟁은 나날이 격화되고 있다.
방송사간 과열 경쟁과 과도한 상업화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시청자에게 귀속될 수밖에 없다. 디지털서비스 격차 해소, 창의적이면서도 수준 높은 공익적 프로그램 제작, 균등한 교육의 기회 제공이라는 공적책무가 오직 시청률을 위한 수익성 프로그램으로 대체된다면, 시청자 복지의 축소는 물론이고, 공영방송의 정체성마저 점차 퇴색하고 말 것이다.
여기에 최근 한중 FTA체결과 함께 대한민국 방송계는 본격적인 차이나머니의 문화 인프라 잠식에 직면해 있다. 지금까지 한류를 주도해온 지상파방송의 재원안정이 선행되지 않으면 콘텐츠 시장의 주도권을 더 이상 장담할 수 없으며, 대한민국의 문화적 주권마저 위협 받을 것이다. 대만과 호주의 사례에서 보듯 공영방송을 비롯한 지금의 취약한 지상파 재원구조로는 자국의 문화적 정체성을 지켜내는 데 상당한 제약이 발생될 것임을 분명히 자각해야 한다.
공영방송을 비롯한 지상파방송이 문화정체성과 공적책무를 지키는 최후 보루로서의 그 역할을 적절히 수행하지 못한다면, 국내 방송문화 전반의 황폐화는 물론이고, 문화산업으로서의 한류도 더 이상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실제로 오랜 기간 동안 유료방송 중심의 진흥정책이 지속되면서 우리나라 방송의 공공성은 퇴보하고, 공적 영역은 점차 입지가 축소되어 왔다. 또한, 방송을 통한 보편적 교육 서비스 확대도 제자리에 머물고 있다.
따라서 공영방송 KBS와 EBS의 재원구조가 수신료 중심으로 안정화돼야 공영방송과 민영방송, 지상파방송과 유료방송이 제각각의 역할을 적절히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수신료 현실화는 공영방송의 재원 안정화를 넘어서, 대한민국 지상파방송의 공익성 및 경쟁력 강화와 직결되며, 방송산업 전체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초석이 될 것이다.
2007년과 2011년에 이어 또다시 제출된 『TV수신료 인상 승인안』에 대해, 국회는 그 시대적 소명을 인식해야 할 것이며, 이에 한국방송협회는 시청자 중심의 방송문화 구현과 방송산업의 선순환 구조 확립을 위해서 공영방송의 TV수신료 인상을 강력히 촉구하는 바이다.
2015. 4. 7.
한 국 방 송 협 회